화제의 그 영화 서브스턴스 나도 봤다 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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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이야기였고 무엇보다 기깔나는 화면이 나의 취향
왜 올해의 영화라 칭송받았는지, 골든글로브에서 데미 무어가 수상했는지 알 것만 같은 멋진 작품.
늘 그렇듯 후즐근한 시선으로 좋았던 부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함
1. 자기혐오는 자기애와 아주 깊게 맞닿아 있다
서브스턴스를 보면서 가장 집중했던 것은 짙게 깔린, 자기애에 기반한 자기혐오적/자기파괴적 부분이었다
수가 엘리자베스를 죽도록 폭행하는 장면이 그 어떤 장면보다도 충격적이고 잔인했는데,
그게 가장…, 내가 공감하던 상황인 것 같아 비단 외모며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과거를 향한 주먹질
네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돼서 내 발목을 잡느냐는 듯한 솔직히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더 죄책감을 느꼈을걸?
모두가 엘리자베스에 공감할 것 같지만(그리고 나 역시도 엘리자베스에 깊게 공감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에 매우 공감하게 되지 않니
이것이 결국 <너는 하나다> 라고 말하는 서브스턴스의 이야기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몬스트라 엘리자수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내가 이상성욕이라서 아님 조금은 맞음)
자신의 피를 온 사방에 뿌리는 장면도-내가 알기로는 어떤 공포영화의 오마주라고 했지만-뭔가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고 여기에 내가 있다... 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라서 잔혹하지 않고 슬펐던 것 같음
내가 나를 죽도록 미워하는 이유는 빛나던 시절의 나를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블럭에 눕고 자신의 환상을 보니까
나르시스트일수록 본인을 더욱 싫어하기 쉽다 내가 그렇고...
건강하게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되는데 그게 안 돼 오직 폭력과 죽음 외에는 그게 안 돼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인다.)
그리고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엘리자베스는 수를 죽이지 못한다.)
양가적인 감정을 언제나 잘 다스리면서 살아야 하는데 어렵지
이건 정신아픔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
그리고 나는 정말 서브스턴스가 파멸로 몰고 오는 약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잘못은 오로지 엘리자베스가 하고
정말로 인간을 위해서 개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그래서 보는 내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보는 느낌이었음
선과 악은 온전히 분리될 수 없듯이 나와 더 나은 나는 분리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의도는 좋은 것이었으리라
2. 남자가 이걸 못 보면 조금 꼴받을 것 같아
폭력적인 부분은 몰라도 고어라고 말하는 부분들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았는데, 우선 등을 가르고 또 다른 자신이 태어난다는 과정이
'진정으로 남성이 애 낳고 기르는 데 필요한가?'하는... 탄생의과정에 관련해 페미전사적 생각이 들었기 때문임 ㅋㅋ
하지만 그렇잖아 왜 배가 아니라 등을 가르고 태어나는가? 이미 1980년에 에일리언이 그건 섹시하지 않다고 해서 그런가? 물론 그것도 맞겠지만
여자 혼자 사회의 시선에 맞서고 고뇌하며 무엇인가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그것이 전혀 숭고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남자(간호사)는 정말 제공만 하고 선택과 결정은 전부 여자가 한다고 생각을 해보면-너무 페미적 마인드야? 물론 207역시 남자의 몸으로 그걸 해냈지만(이 문장 웃기네) 여기서 조명할 부분은 그것이 아니므로…, 꼭 두 가지 성이 필요하지 않다~ 싶기도 하고
이런 얘길 쓰다 보니 토론할 트렌스젠더가 서브스턴스를 사용한다면? 하는 가정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어쨌든 본인이 더 나은 듯한 본인을 재생산하는 과정….
아무튼! '이것도 못 보는데 여자가 자기 자식 낳는 장면은 어떻게 보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남자들이 너무 역겨웠다, 징그러웠다, 하고 말하는 부분이
나는 굉장히 본인들도 당할 수 있는 폭력과 고문에서 그러한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ㅋㅋ;
음 꼴받
남동생이 오늘 서브스턴스를 보고 왔고 내게 한 첫 마디는 "마가렛 퀄리는 왜 이렇게 아름다워?" 였고 두번째로 한 말은 "누나, 데미 무어가 사랑과 영혼의 그 여주인공이었더라?" 였다 동생에게 적당히 대답해주면서도 (첫 대답: 동의. 가능./두번째 대답: 몰랏냐ㅉㅉ 씨네필될라면멀엇다새끼)
마음은 조금 씁쓸했다 여자친구들이 보고 왔다면 하는 말은 공감이나 영화의 가치에 대해 먼저 얘기했을 것 같아서
아닐 수도 있고 사실 내 친구들이 다 예술충문예창작과(페미니즘비평을 숨쉬듯이 뽑아내야하는)라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모름
트위터에서도 서브스턴스 후기에 대해 말하면서
엘리자베스가 화장과 옷을 계속해서 고치는 장면은 다들 한번씩은 경험해봤을 거라고도 하잖아
그래서 오늘 나도 옷을 예쁘게 입고 나가는 대신 대충 꿰어입고 나갔고 얼어죽어서 지금은 리스폰된채 빠져나간 경험치를 모으고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3. 코미디, 미장센
사실 나는 바디호러공포물이라고 해서 연출이 굉장히 서늘하고 무서울 줄 알았다 훨씬 기괴하고
그런데 내가 본 것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웃기기까지 한 연출에 아주 빠른 전개라서
솔직히 말하자면 공포라기보다는 아주 짙은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음
개짜증나는 인간들이나 쿵쿵쿵 엘리자베스님/수님 저 광철이에요 뭐 이런 놈들 사이에서
비켜이새끼들아 나의커리어 나, 오직 나, 나, 나
이때를 위해서 들어야 하는 노래 YB와 길의 난 멋있어 (어째 그리좋진않은남자들이 부르지만 노래는 정말 좋고 어울려요)
아니 진짜 우습지 않았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뇌절의 뇌절의 뇌절'(++++)도 완전히 코미디 요소였는데
두둥-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나는 두렵고 무섭다기보단 정말 잔혹한 면이 있는 블랙코미디로 느껴졌다니까
늙고 갈비뼈가 삐걱대도 이새끼잡아죽이기위해서 달리는 노인의모습 나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진정 증오로 차 신체를 이겨내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웃길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서브스턴스도 와중에 진짜 ㅈㄴ 세련돼서웃김
미장센… 말해뭐해 진짜 쩔었다 정말 아름다웠음
영상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가 좋은 색감 세련된 세트 복잡하지 않고 '서브스턴스'광고처럼 간결하고 시원시원한 화면
의상 관련해서 분석해둔 타래도 있던데
나는 엘리자베스의 노란 코트가 스파클~의 의미도 있지만 치킨과 달걀노른자의 의미와도 같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신데렐라 드레스(모티브가 ㅈㄴ 확실하죠?)
유방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자신의 몸에 맞게 변형하며 받아들이는 체념과 괴로움의 과정은 바디호러를 넘어선 바디포지티브로 보일 지경(+)
4. 그래서 공주는 무엇이 마음에 들었나
- 아름다운 미인들의 이야기 (부정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생각으로 인해 이 영화의 가치가 올라간다)
입술을 깨무는 마가렛 퀄리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해라 데미 무어의 도자기 장면이 35년째 살아 숨쉬듯이
- 노인이어도 폭력은 행사해야돼!! 저새끼잡아죽여!!! "최선을다하는나와나" 나는 언제 한번이라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 있었나
- 척수액 ㅈㄴ 내일없이 쭉쭉뽑아나가는거 웃겼어 다곪아터지고있다고요제발요
- 아… 그냥 파멸로 향해 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좋아요 다죽자이개새끼들아!!!!!!!!!!!!!!!!!!!!!!!!!!!!!!!!!!!!!!!!!!!!!!!!!!!!!!!!!!!!!!!!!!!!!!!!!!!!!!!!!!!!!!!!!!!!!!!
한 번 가지고는 아쉽고 여러 번 보면서
영화 내에 담긴 의미들과 아름다운 장면을 분석하면서 얘기할 거리가 참 많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식견이 짧고 시간이 없어서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서브스턴스를 본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좋은 영화가 나와서 기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기를